[새해맞이 여행] 인제 테이크 호텔 앤 리조트 호캉스 & 백담사 돌탑 쌓기 등 2박3일 여행

🏎️ 레이싱 트랙 위에서 맞이한 새해

12월 31일 오후 4시 30분. 남들보다 한 박자 빠르게 핸들을 꺾었다. 해돋이 인파에 갇혀 도로 위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전략은 적중했고, 우리는 여유롭게 테이크 호텔 앤 리조트에 입성했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아, 여기 레이싱 경기장 맞구나” 싶다. 갤러리처럼 걸린 역동적인 그림들과 실제 포르쉐 레이싱카가 떡하니 전시되어 있다. 아이 눈이 휘둥그레진다. 체크인 줄을 서면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사진: 인제 스피디움 홀 프런트.jpg – 넓은 로비와 창밖 풍경) (사진: 인제 스피디움 객실 복도.jpg – 채광 좋은 복도)

우리가 묵은 곳은 디럭스 패밀리 트윈룸. 문을 열자마자 달려간 테라스 밖 풍경이 압권이다. 바로 눈앞에 자동차 경주 서킷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와, 내일 아침에 여기서 차 달리는 거 볼 수 있나?” 물론 현실은 영하 17도라 트랙도 꽁꽁 얼었겠지만, 뷰 하나만큼은 인정. 저녁은 호텔 내 ‘자담치킨’에서 포장해 온 치킨으로 방구석 파티를 열었다. 밖은 위험하니까.

🥶 시동이 걸릴까? (1차 위기)

새해 첫날 아침, 호텔동 1층 ‘카페 비치’에서 조식을 든든히 챙겨 먹고 길을 나설 채비를 했다.

문제는 이곳엔 지하 주차장이 없다는 것. 밤새 영하 17도의 냉동고 속에 방치된 우리 차. “제발… 제발…” 기도하는 마음으로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푸르륵… 틱. 실패.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세 번째 시도 만에 기적처럼 부릉! 하고 엔진이 깨어났다. 휴, 올해 운수 대통하려나 보다.


🚌 백담사 가는 길 : 스릴 만점 롤러코스터

백담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 올라가려는데, 뭔가 쎄하다. 사람들이 다들 셔틀버스 매표소로 뛰어간다. 알고 보니 여기서 백담사까지 걸어가면 2시간, 버스 타면 15분이란다. 고민할 필요도 없다. 바로 탑승.

💡 백담사 셔틀버스 깨알 정보

  • 운행 시간: 동절기(11월~4월) 기준 오전 9시 ~ 오후 4시 (상행 막차)
  • 요금: 성인 2,500원 / 소인 1,200원 (편도)
  • 배차: 약 30분 간격 (근데 만석 되면 바로 출발함)

버스에 타는 순간, 왜 걸어가면 안 되는지 바로 이해했다. 차 한 대 겨우 지나가는 좁디좁은 절벽 길을 기사님이 거침없이 질주한다.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깻잎 한 장 차이로 비켜가는데, 놀이공원 롤러코스터보다 더 짜릿하다. 기사님 운전 실력, 리스펙트.


🗿 얼음 계곡 위에 핀 수만 개의 소원

버스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니 입이 떡 벌어지는 풍경이 펼쳐진다. 꽁꽁 얼어붙은 계곡 위로 누군가 쌓아 올린 수만 개의 돌탑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저마다의 간절함을 담아 돌 하나를 얹는다. 우리 아들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작은 돌 하나를 주워 조심스레 탑을 쌓는다. 이 추위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돌탑들이 대견하다.

📜 역사 한 스푼: 님의 침묵 백담사 경내를 걷다 보면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바로 만해 한용운 선생이다.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그 구절을 여기서 보니 느낌이 다르다. 일제강점기, 이곳에 머물며 <님의 침묵>을 집필하고 독립운동을 구상했던 그의 서슬 퍼런 기개가 이 차가운 겨울 공기와 묘하게 닮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배지로만 기억하기엔, 이곳이 품은 역사의 깊이가 훨씬 깊다.

호텔로 복귀해 투숙객 무료인 키즈카페에서 몸을 녹이고, 사우나까지 마치니 천국이 따로 없다.

⚓ 속초 아바이마을, 그리고 보험 출동 엔딩

1월 2일 아침. 역시나 영하 17도. 어제처럼 비장하게 시동 버튼을 눌렀다. 틱. 틱. … 이번엔 묵묵부답이다. 결국 보험사 긴급 출동을 불렀다. 배터리 점프를 하고 나서야 겨우 속초로 향할 수 있었다. (겨울 강원도 여행, 배터리 체크 필수다. 진짜로.)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속초 아바이마을. 주차는 정말 헬(Hell)이었지만, 갯배를 타는 순간 짜증이 싹 사라진다. 쇠줄을 직접 끌어 배를 움직이는 아날로그 감성. 아들이 자기도 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영차, 영차” 하며 줄을 당기는 즐거운 체험 역시 기억이 아들에게도 남길.

겨울 바다는 유난히 파랗고, 모래사장 위로 길게 드리워진 우리 가족의 그림자는 따뜻했다. 비록 차는 얼어붙었지만, 마음만은 뜨끈하게 충전 완료!


📍 탐사 일지

  • 🏢 숙소: 인제 스피디움 호텔 (강원 인제군 기린면 상하답로 130)
  • 🙏 명소: 백담사 (강원 인제군 북면 백담로 746)
  • ⛴️ 체험: 아바이마을 갯배 (강원 속초시 청호동 1076)

3줄 요약

  1. 겨울 인제 스피디움 갈 땐 배터리 방전 각오하고 가라. (지하주차장 없음)
  2. 백담사 셔틀버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스릴은 덤)
  3. 영하 17도 추위도 막지 못한 2박 3일, 역시 여행은 떠나는 자의 것.

댓글 남기기